한국전력이 전력요금을 평균 4.9% 인상하기로 의결하면서 전력요금이 1년 새 약 15% 오르게 됐다. 한전 이사회는 연내 다시 한 번 인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어서 인상율이 20%가 넘을 가능성도 있다.

한전 이사회는 3일 삼성동 본사에서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고 평균 4.9% 인상을 골자로 한 전력요금 인상안을 의결했다. 한전은 이 날 오전 의결된 인상안을 지식경제부에 곧바로 제출했으며 지경부는 오후에 바로 전기위원회를 통해 인상안을 심의, 확정했다.

이번 인상안은 6일부터 적용된다. 용도별로는 산업용(고압기준)이 6%로 가장 인상율이 높고 중소기업과 영세상인이 사용하는 산업용ㆍ일반용 저압 요금은 3.9% 오르게 된다. 주택용과 교육용 요금은 각각 2.7%와 3% 인상되며 지난 11년 간 요금이 동결돼 온 농사용 요금도 3% 인상됐다. 이번 인상으로 도시가구는 월 평균 1200원(월 전력사용량 301.8㎾h), 산업체는 월 평균 32만7000원(월 전력사용량 5만9000㎾h)의 전력요금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4.9%)과 12월(4.5%) 두 차례 인상에 이어 이번 인상으로 1년 새 전력요금은 약 15% 가까이 오르게 된 상태다. 특히 대기업들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 고압 요금은 세 차례 인상으로 총 20.1%(고압기준)나 상승해 많은 기업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산업용에 초점을 맞춘 이번 전력요금 인상으로 수출과 내수의 동반부진으로 어려움에 처한 국내 기업들이 매출감소와 원가상승 압박의 이중고를 겪게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박종갑 대한상공회의소 상무는 "철강과 석유화학 등 에너지다소비 분야 산업경쟁력 약화는 물론 전력에너지 사용비중이 높은 일본기업 등의 투자유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로써 지난 4월부터 이어져 온 전력요금 인상 논란은 마무리됐다. 한전은 지난 4월과 7월 각각 13.1％와 10.7％ 인상안을 의결해 지식경제부에 제출했지만 모두 반려됐다. 그동안 두 자릿수 인상안을 고집해 온 한전이 한 발 물러난 것은 전력요금 인상안이 다시 반려될 경우, 연내 인상 자체가 무산돼 차기 정부 출범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전 측은 "당초 계획보다 현저히 낮은 인상율로 결정되면서 올해 손실규모는 2조원을 웃돌 것"이라면서 "연내에 추가 인상과 함께 연료비연동제 등 제도 개선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전의 계획대로 연말쯤 이번과 같은 수준으로 인상이 단행되면 1년 반도 채 안 되는 기간에 인상율은 20.6%에 이르게 된다. 또 당초 한전이 제시한 두 자릿수 인상율(10.7%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연말에 5.5%의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지경부 관계자는 "위원회에 올라온 의결안에는 연내 추가 인상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면서 "한전이 올해 추진하기로 한 1조1000억원의 자구노력과 별개로 향후 요금인상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해 강도 높은 경영합리화 노력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